아는 것이 힘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만약 베이컨이 지식을 통해 인간을 무지에서 해방시키려 했다면, 알파벳(Alphabet Inc.)은 그 꿈을 실현하고 있다. 그들의 미션 — 세상의 정보를 조직해 모두가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한다 (to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 — 는 단순한 경영 슬로건이 아니라, 인류가 오랫동안 품어온 믿음, 즉 “앎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존재가 된다” (the more we know, the more we become)는 신념의 현대적 형태다.
그러나 “지식과 권력은 불가분이다.”라는 미셸 푸코의 말처럼, 지식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자 세상을 관리하는 장치, 곧 권력이 된다.
‘인간에 의한, 인간에 대한 앎의 의지’ 그리고 호기심의 경제학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호기심이 확장된 산출물이었다. 베이컨의 실험 노트에서 구글의 검색 로그까지, 질문은 늘 같았다.
“조금 더 많이 보고 경험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알게 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호기심만으로는 서버를 돌릴 수 없다. 알파벳의 탁월함은 탐구를 수익 구조로 바꾸는 능력에 있다. 지식에 대한 탐험과 수익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순환 구조다. 알파벳의 비즈니스 구조는 다음과 같다.
- Google Services — 검색, 유튜브, 지도, 안드로이드, 지메일. 대부분의 수익은 이 영역에서 발생한다. 우리가 무엇을 찾고,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가 새로운 지식의 통계이며, 개인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데이터로 되돌아온다. 정보의 소비가 곧 정보의 생산이 되는 구조다.
- Google Cloud — 데이터를 저장하고 학습하며, 인간의 언어와 행동을 모델화된 형태로 재탄생시키는 공간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인공지능은 결국 이 거대한 클라우드 위에서 자란다.
- Other Bets — 자율주행(Waymo), 장수과학(Calico), 헬스케어(Verily), 드론 물류(Wing), 그리고 실험 연구소 X. 이들은 즉각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지속 가능한 앎’의 토대를 만든다.
DeepMind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Waymo가 도시의 길과 인간의 이동 패턴을 학습하며, Calico가 인간의 수명을 탐구하고, Isomorphic Labs가 신약을 설계한다. 이 모든 연구와 실험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속된다.
“불확실성마저 계산 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즉, 알파벳의 ‘다른 베팅(Other Bets)’은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지식 그 자체에 대한 장기 투자다. 즉시 수익은 없지만, 이 구조가 완성되면 세상의 모든 불확실성이 하나의 데이터 언어로 번역될 수 있다.
Google Scholar는 상징적 예다. 전 세계의 연구 지식이 구글의 서버에 모인다. 연구자들이 쌓아 올린 ‘앎의 축적’이 결국 다시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가 된다. 이 모든 흐름은 알파벳의 철학을 드러낸다.
“지식이 수집될 때 힘이 생기고, 모인 지식이 공유될 때 비로소 가치를 가진다.”
“To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 — Alphabet
“We are a collection of companies that share the desire to solve big problems using technology.” — Alphabet
“We are investing for the long term — in AI, in computing, and in knowledge that moves humanity forward.” — Sundar Pichai
인간을 관찰하는 기술
알파벳이 연구하는 건 단순히 데이터가 아니다. 그들이 관찰하는 것은 인간 자체다. 움직임, 언어, 욕망, 그리고 “틀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모든 데이터셋은 인간의 갈망을 반영한다. 더 오래 살고 싶고,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깊이 이해받고 싶은 마음. 알파벳은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과학으로 번역한다.
결국 알파벳은 디지털 시대의 인류학자가 되었다. 기계가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오히려 인간의 사고와 학습의 구조를 다시 배우게 된다.
그러나 바로 그 인간에 대한 이해 — 욕망, 불안, 예측의 습관까지 해석하는 이 거대한 관찰은 인류의 지식을 확장하고 혁신의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알고리즘과 개인화된 추천이라는 형태로 알파벳의 수익을 정교하게 강화할지도 모른다.
에리히 프롬은 말했다. “인간은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느끼지만, 그 선택은 이미 사회적 구조에 의해 규정되어 있다.” 오늘날 알고리즘은 그 구조의 최신 버전이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예측에 의존한다.
인간은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느끼지만, 그 선택은 이미 사회적 구조에 의해 규정되어 있다.
- 에리히 프롬
그리고 인간의 선택을 예측 가능한 상품으로 만드는 기술. 이것은 지식의 진보이자, 인간 이해의 상업화라는 이중의 얼굴을 갖는다.
하지만 기업은 수익을 창출해야 지속가능하다. 이는 결단코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지식과 기술의 축적이 시장에서 가치를 갖는 것은 경제적 구조 안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얼마나 자각적으로 이윤과 앎의 균형을 다루는가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당장의 이윤보다 먼 미래의 지식에 투자하는 일. 그건 사실 꽤 멋진 일이다. 조급한 세상에서 ‘시간이 걸리는 탐구’를 택한다는 건 일종의 신념이자, 기술 시대의 낭만이기도 하니까.
알파벳은 신이 되고자 하는가?
인간의 수명, 데이터를 통한 인간에 대한 전지전능한 이해. 어찌 보면 알파벳은 신이 되고자 하는 것 같다. 알고리즘은 신념을 대체하고, 데이터는 계시가 된다. 그럴 때 우리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전 세계의 지식 인프라를 한 기업이 쥔다면, 그건 어떤 형태의 권력이 되는가?”
그 권력은 폭력적이지 않고, 구조적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기처럼 퍼져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 — 프랜시스 베이컨
“지식과 권력은 불가분이다.” — 미셸 푸코
“우리는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구조의 강제 속에 있다.” — 에리히 프롬
이 세 문장이 교차하는 곳에 오늘의 기술, 그리고 알파벳(Alphabet Inc.)이 있다.
AI, 생명, 인지, 지속가능성. 알파벳이 탐구하는 영역은 인간의 한계 자체를 밀어낸다. 한 기업이 동시에 인류의 잠재력을 확장하고 인류의 지식 구조를 재편할 수도 있다는 사실. 어쩌면 그것이 이 시대의 위험이자, 아름다움이다.
남은 질문
알파벳은 신이 아니다. 다만,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신에 가까워진 존재일 것이다.
그들의 실험은 인간의 가능성을 넓히지만, 인간의 불안도 함께 키운다. 전지의 욕망은 죄가 아니다. 그건 오래된 인간의 본능이 단지 실리콘의 껍데기를 입었을 뿐이다. 아마 다음 혁명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적 겸손(artificial humility)일지도 모른다. 진짜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고, 모르는 것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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